병아리는 작은 크기와 귀여운 외모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반려동물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귀엽다고 입양했다가 적절한 사육 지식 없이 방치되거나 폐사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병아리가 성장하는 주요 단계별 특징과 돌봄 법을 체계적으로 안내하여, 건강하게 성체까지 자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생후 1주~4주, 5주~8주, 9주 이상 세 단계로 나누어 필요한 사육 환경, 먹이, 건강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생후 1주~4주: 초기 생존의 핵심, 온도와 먹이
병아리가 태어나고 가장 중요한 시기는 생후 첫 4주입니다. 이 시기에는 체온 조절 능력이 거의 없어 외부 온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일반적으로 섭씨 35~37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이상적이며, 히팅 램프 또는 전용 부화기를 사용해 따뜻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깃털이 충분히 나지 않은 병아리는 바닥에서 열 손실이 심하므로 짚, 키친타월, 톱밥 등의 부드러운 깔개를 사용해야 하며,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하루에 두 번 이상 교체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병아리가 너무 춥거나 덥다고 느낄 경우 행동으로 그 신호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병아리가 사육장 한쪽 모서리에 몰려 서로 몸을 비비고 있으면 추운 것이고, 반대로 사육장 구석으로 흩어지거나 날개를 펴고 헐떡이는 모습은 더운 환경에서 흔히 보입니다. 적절한 온도는 병아리들이 자연스럽게 고루 퍼져 움직이며 활동하는 상태입니다.
먹이의 경우, 초기에는 병아리 전용 배합사료(스타터)를 제공해야 하며, 일반적인 곡물이나 쌀은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병아리용 사료에는 단백질, 비타민 A, D, 칼슘이 균형 있게 포함되어 있어 초기 성장에 필수적입니다. 물은 하루에 2~3회 갈아주며, 급수기는 얕고 넓게 만들어 병아리가 익사하는 사고를 방지해야 합니다. 또한 이 시기 병아리는 감염에도 매우 취약합니다. 특별히 살모넬라균이나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람의 손이나 외부에서 가져온 물품을 병아리 공간에 들이기 전에 반드시 소독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균 매트나 사육장 주변 소독제 사용도 도움이 됩니다. 사육장이 너무 습하거나 통풍이 잘 안 될 경우, 곰팡이나 세균이 쉽게 번식하므로, 하루 두 번 이상 환기를 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병아리가 자주 보이는 건강 문제로는 설사, 탈수, 호흡기 잡음, 다리 벌어짐(슬립 레그) 등이 있으며, 이를 조기에 발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설사는 바닥에 흰색이나 점액성 배설물이 묻어날 때 의심할 수 있고, 다리를 벌리고 걷지 못하는 경우에는 미끄러운 바닥, 영양 불균형, 또는 칼슘 부족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즉시 수분 공급과 사료 조정, 바닥 교체 등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실내 사육 시에는 온도뿐만 아니라 밝기도 중요합니다. 12~14시간 정도는 밝은 조명을 유지해 활동성을 보장하고, 야간에는 조명을 꺼 병아리가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연광을 이용할 경우에는 직사광선이 아니라 확산광이 닿는 위치가 이상적입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 하나하나가 병아리의 초기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생후 5주~8주: 깃털이 자라고 독립성이 커지는 시기
생후 5주부터는 병아리의 털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솜털 대신 깃털이 하나둘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체온 유지가 조금 더 쉬워지므로 온도는 점차 낮춰서 25~28도 정도로 조절해 줍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면역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하루 1도씩 천천히 낮추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특히 깃털이 자라는 시기에는 병아리의 피부가 일시적으로 예민해지고 가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병아리가 자주 몸을 부리로 긁거나 바닥에 문지르는 행동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너무 잦거나 같은 부위만 반복적으로 긁는다면 피부염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습도와 위생 관리가 더욱 중요하며, 바닥재는 먼지가 적고 흡습력이 좋은 재질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사료는 스타터에서 그로우어(Grower)로 전환하는 단계이며, 보통 생후 4~5주에 서서히 섞어가며 교체합니다. 단번에 바꾸면 병아리가 사료를 거부하거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기존 사료와 혼합 비율을 70:30 → 50:50 → 30:70 순으로 3~4일 단위로 조정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사료 거부가 발생하면 급수 상태와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사료를 살짝 데우거나 수분을 섞어 냄새를 유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병아리의 활동성이 높아지며, 호기심과 사회성도 빠르게 자라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부터는 간단한 자극 장난감(예: 천 조각, 흔들리는 구슬통 등)을 넣어줘서 스트레스 해소와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루에 15분 정도 병아리들이 새로운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면, 건강한 두뇌 발달과 사회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병아리들 사이에 서열 다툼이나 부리로 찌르는 행동(피킹)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공간이 비좁거나 먹이 경쟁이 심할 때, 혹은 스트레스 환경일 때 흔히 발생합니다. 대응 방법으로는 병아리 수에 비해 넓은 공간(마리당 0.15㎡ 이상) 확보, 은신처 마련, 먹이와 물통을 여러 개 분산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킹이 심화되면 가해 병아리를 일시적으로 분리하여 진정시키고, 피해 병아리의 상처에 소독약을 발라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병아리를 조금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시킬 시점이기도 합니다. 기존 사육장에서 베란다, 온실, 작은 실외 울타리로 단계적 확장하는 것이 좋으며, 이때 중요한 것은 '점진적 환경 변화'입니다. 실외 환경으로 옮길 경우 갑작스러운 기온 차나 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투명한 아크릴 가림막, 비가림 천막 등을 미리 설치해야 하며, 1일 1시간 → 2시간 → 4시간 식으로 노출 시간을 늘리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배설물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바닥 청소 빈도는 하루 2회 이상이 좋고, 일주일에 1회 정도는 전체 바닥재를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에는 냄새도 강해지므로 사육장 내에 탈취용 숯이나 베이킹소다를 활용하면 위생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사육장 벽면에는 병아리들이 부딪히지 않도록 스펀지나 부드러운 덮개를 씌워주는 것도 상해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생후 9주~성체: 완전한 반려동물로의 전환
생후 9주 이후 병아리는 거의 성체와 같은 외형을 갖추며, 행동 특성과 식습관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깃털이 충분히 자라고 체온 유지 능력도 갖추었기 때문에 사육 공간을 점차 실내에서 베란다, 마당, 반실 외 공간 등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온도 변화가 심한 야외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바람막이와 비가림 시설을 준비해야 합니다. 성조용 배합사료(Layer feed)를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며, 필요에 따라 유산균, 칼슘 보충제, 천연 식이섬유 등을 추가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암컷의 경우 알을 낳기 시작하면 칼슘 요구량이 급격히 증가하므로, 조개껍질 가루, 계란껍데기, 석회 분말 등을 별도로 공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 시기에는 정서적 교감이 활발해지며, 병아리는 보호자의 목소리나 손동작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보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산책, 간식 제공, 이름 부르기 등의 활동을 통해 교감을 유도할 수 있으며, 병아리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부 병아리는 훈련을 통해 트릭(간단한 명령어 수행)도 가능할 정도의 인지력을 보여줍니다. 병아리의 적정 활동 공간은 최소 0.3㎡ 이상이며, 흙이나 잔디가 깔린 공간을 주기적으로 경험하게 하면 발바닥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햇볕은 비타민 D 합성과 기분 전환에 중요하므로 하루 15~20분 이상 자연광을 쬐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병아리의 평균 수명은 5~7년이며, 적절한 관리 시 더 오래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노화가 시작되면 활동량이 줄고 깃털 윤기가 감소하므로, 그 시기에는 부드러운 바닥재와 관절 보조제가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아리가 노화해도 꾸준한 관심과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생 관리는 절대 간과할 수 없습니다. 배설물이 쌓이면 진드기, 곰팡이,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으므로, 매일 바닥을 청소하고 급수기와 먹이통도 주기적으로 소독해야 합니다. 위생이 잘 유지된 환경에서는 병아리의 질병 발생률도 현저히 낮아집니다.
병아리는 작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동물입니다. 성장단계별로 온도, 먹이, 위생, 사회성, 환경 변화에 맞춰 돌봐야 건강하게 자라고 오랜 시간 반려동물로서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병아리 사육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얻으셨다면, 여러분만의 사육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사랑과 책임감이 함께한다면 병아리도 훌륭한 반려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